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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건(2005-01-31 18:35:05, Hit : 5437, Vote : 2630
  "크로스오버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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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영방송에서 지지하는 보도가 있었습니다만, 한의사들이 초음파나 엑스레이, CT, MRI 같은 현대의학 의료기기를 함께 사용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그 주장 속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의미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한의사도 생명을 다룰 면허를 부여 받은 사람들이니, 그런 기기들을 사용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거죠. 누가 사용하든 환자에게 도움만 된다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의사들이 배우는 임상병리학과 방사선학을 한의과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있으니 못할 이유가 없다... 한의사들의 주장은 당당합니다.

그러나 한의학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그게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글 일부를 소개합니다.

"한의학에서 진단은 양의학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양의학에서는 방사선이나 초음파를 이용하여 이상 증식하는 종양이 있는지 판단하고, 현미경 등을 이용하여 세균의 증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또한 생화학적 검사를 통하여 인체의 어떤 성분이 부족하거나 많은지를 검사하여 질병의 종류와 상태 및 예후 등을 판단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진단은 세균의 종류, 인체의 유효 성분의 다소, 종양의 존재 여부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각종 증상들을 유형별로 분별하고 판단하여 證(증)을 결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의학의 질병에 대한 관점이 현대의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현대의학이 원인을 찾아 진단을 내리고 치료방침을 정하는 반면, 한의학은 증상(변증)만으로 치료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의학이 온갖 기계를 사용하면서 병명을 갖다 붙이고 치료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그 같은 한의사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다른 데서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계의 그 주장은 한의학이 현대의학과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 즉 한의학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것은 한의사의 현대의학 의료기기 공동사용 요구와 같은 주장들의 모순을 확인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한의학은 인간의 질병을 음양오행과 기(氣) 등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그런 이론들의 고상함을 앞세워 우월성까지 주장하곤 합니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현대의학 기기 사용을 허용하라는 주장과 견주어 생각하면 조금 이상합니다. 한의학을 전혀 다른 우월한 학문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마치 현대의학 기기를 의사들이 독점해서 환자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쉬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로스오버란 흐름이 있습니다. 크로스오버 음악은 대중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에게는 약간 고급스런 음악을 접했다는 느낌을, 클래식음악을 주로 듣는 사람에게는 편안하게 음악 감상할 기회를 줄 것입니다. 그러나, 음악은 취향이니 옳고 그름을 따질 대상이 아닙니다. 음악이나 음식, 인문학 등에서 시도되는 그런 크로스오버가 의료의 영역에서도 가능할까요? 예컨대, 한의사들이 원하는 것처럼, 진찰은 현대의학적 방법까지 모두 이용하고 치료는 한약으로 하고.… 어쨌든 그것이 가능하다고 할 때, 이용하는 환자 입장에서 그것은 바람직한 걸까요?

사실 예전부터 부분적으로나마 "크로스오버 의학"을 표방해 온 곳들이 있습니다. 현대의학의 첨단기술과 약탕기의 은은한 향기로 포장된, 양한방협진 간판을 건 병원들 말입니다. 이쪽 저쪽을 함께 다루고 있으니, 양쪽 장단점을 잘 알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처럼 보입니다. 또 잘 하면 그러한 시도가 의료 일원화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도 저도 아니라는 게 그간 양한방협진 병원들을 바라본 사람들의 중론입니다. 실제 협진이란 건 이루어지고 있지도 않고 이루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양한방협진이란 것이 환자유치 수단은 될지언정, 협력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학문 교류의 장이 되거나, 나아가 의료 일원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당연히 그것은, 앞의 한의사협회 글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주장하면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이론이 물과 기름처럼 서로 융화될 수 없는 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의학이 근거에 입각해 학문 발달을 추구하는 반면, 한의학계는 음양오행과 기 등의 이론 자체 뿐만 아니라 그에 의한 치료 결과들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유효성을 확인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양의학과 다른 학문"이기 때문이고 그런 요구가 "양의학적 사고"라는 것입니다. 하기야 요즘은, 연구할 돈이 없어서라고 옹색한 주장을 하는 한의사들도 있기는 합니다.

돌아가서, 이처럼 전혀 다른 이론을 숭배하는 한의학계가 현대의학 이론에 따라 만들어진 의료기기들을 똑같이 사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공영방송 뉴스를 통해서까지 드러내놓고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들은 "크로스오버 의학"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심산인 모양입니다. 한방에 대해서는 거의 무비판적일 만큼 호의적인 우리나라 국민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으면, 안 될 것도 없어 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료기기와 관련된 한의사들의 이 주장에는 의료 일원화의 필요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원화된 우리 의료체계로 인해 국민이 겪고 있는,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심각한 고통들을 감안할 때, 의료 일원화는 그 무엇보다 시급한 의료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면 당연히 그 기기의 학문적 배경, 즉 현대의학의 과학적 사고도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서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과정 하나 하나에 최선의 선택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것은 학문과 진료의 과정에서 일원화된 체계가 전제되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현대의학의 의료기기들만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어쩐 일인지 그들은 의료 일원화 이야기만 나오면 펄펄 뜁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것은, 합리주의와 과학이 지배하는 이 21세기에 이르러서도 하나의 학문으로 건재해 있는 우리나라 한의학의 단면이자, 그것을 적극 옹호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란 모순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으로 특별한 현상인 것입니다.

한의학계가 시도하는 "크로스오버 의학"이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럴 지 모릅니다. 의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기대가 비판의식으로 무장되지 않는 한, 상당한 호소력을 가지고 퍼져갈 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지금은, 민족주의로 버물린 한의학을 지지하는 것이 마치 역사적 소명인 양 받아들이는 사회의 분위기입니다. 한의사들이 적당히 현대의학 이론을 구미에 맞게 짜맞추면서 한편으로 의료기기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기대 이상의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크로스오버가 나름대로 독특한 영역을 만들어 가면서 진정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의미있는 흐름이 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것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 자  료 : 주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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